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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30 / 방콕, 람부뜨리 빌리지와 마담무소
    기록물/해외여행 2019. 10. 2. 20:14

    낮에는 시장에 있었지만 밤은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싶었다. 친구들과 여럿이 있을 땐 클럽에 술에 요란한 까오산 로드가 좋았는데, 둘만 남게되니 한적함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사실 함께한 친구가 전혀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까오산로드가 적합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오후 8시. 람부뜨리 빌리지

    비가 내렸는지 촉촉한 거리 위. 오픈형 레스토랑이 길을 이어 늘어서 있고, 조용하고 나른한 노래가 거리에 울려퍼진다. 그네 의자나 야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맥주와 함께 음식을 먹으며 방콕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했다. 정말 여유로운 천국이었다. 나는 우리나라 길냥이와는 다르게 사람과 친화적인 고양이들을 보며 방콕의 조용한 거리를 걸었다.

    거리에서 유독 눈에 띄는 가게였다. 온 가게가 식물로 뒤덮여 있었고, 가게 내부는 빈티지 느낌을 물씬 풍겼다. 좋아하는 분위기에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었지만 조금씩 배가 고파져왔다. 마담무소,라는 이름만을 기억해두고 우리는 뒤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방콕의 유명한 음식점의 도장을 깨러 갈 시간이었다.


    오후 8시 반. 꾼댕 꾸어이얍 유안 (끈적국수​)

    방콕 3대 국수집이라고 해서 와본 곳. 원래 텔레비전에 나왔기 때문에 유명한 곳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방콕에서 돌아다닌 곳들이 너무 우연으로 찾아낸 곳들만 가득한 것 같아서. 한국에 돌아가면 나 거기 가봤어! 는 해보려고 들렀다. 끈적국수와 스프링롤, 맛에 푹 빠져 있던 쏨땀, 태국 콜라 ets 콜라를 주문했다.

    조금 많지 않나 싶었던 스프링롤은 옆에 놓인 태국 바질과 함께 먹으니 환상이었는데, 끈적 국수는 그냥 고기와 소세지가 잔뜩 들어간 사리곰탕 맛이다. 특별할 것이 없는 맛. 쏨땀은 우리가 태국에서 익히 먹을 수 있던 맛이었으며, ets 콜라는... 그냥 말을 말아야겠다. 

    투덜거릴지언정 음식은 남기지 않는다. 식탁에 있는 모든 것을 싹 비우고 일어났다.



    오후 9시. 무에타이 관람

    저 모든 걸 다 먹었으니. 너무 배불렀기에 눈여겨보던 마담무소는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그리고 배를 꺼뜨릴 겸 거리 구경을 하며 숙소까지 걸었다. 그런데. 거리에서 힘찬 함성들이 들려왔다. 이 밤중에 축구 경기를 하나 싶을 정도로 큰 함성이었다. 그런데 어느 길거리 골목을 왔을 쯤, 한 가드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 골목으로 들어가보라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눈 앞에 신세계가 펼쳐짐. 무에타이를 경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잠깐 당황하다가 금세 분위기에 적응하고는 룰도, 누군지도 모르는 선수를 응원하느라 소리를 질렀다. 결국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우승을 하고 상금을 타는 것까지 알차게 보고나서야 싱글벙글 무에타이 경기장을 나왔다.



    오후 10시. 마담무소 2호점.

    이 날 펼쳐진 두 번째 마법이 아닐까. 두 번째로 놀라웠던 사실은 우리가 아까 눈여겨보던 그 술집이, 우리 숙소 바로 코앞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숙소 앞에 마담무소 2호점이 영업중이었다.

    친구와 나는 숙소 앞에서 똑같이 생긴 외관과 똑같은 분위기의 음악을 듣고 또 한 번 흥분을 뿜어냈고, 이 날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장식하기로 했다.​

    너른 천막을 가게 앞에 드리워놓고, dj 아저씨가 늦은 시간까지 음악을 틀어주신다.​

    싱하 맥주, 그리고 나ㅋㅋㅋ 음식을 받아들고 한참을 먹지 않은 채 친구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또 한 번 즐기는 쏨땀. 듣기로 태국의 쏨땀은 우리나라의 김치와 같아서 집마다 다 맛이 다르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모양이었다. 이 곳의 쏨땀은 조금 독특한 맛이었다. 그리고 상큼 시큼한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편이라.. 흔쾌히 젓가락을 집어들지는 못했다.

    맥주와 음악과 함께, 또 다시 하루를 정리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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