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쟁이

토마토 식물일기

Delilah_ 2020. 10. 4. 00:50

10월 3일. 파종

미친 것 같은 요즘이다. 방울 토마토 한 팩에 1만원을 능가하는 시대라니. 장마에 추석, 그리고 코로나까지. 농작물의 가격이 급상승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조건이 충족된 나날이었다. 마트를 서성이다가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다이소로 옮겼다.

다이소에서 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방울토마토 씨앗 패키지는 10~15립 정도가 들어있다. 10월 3일. 풍년을 기대하며 씨앗을 심었다.

10월 7일. 발아

아주 작게 새싹이 났다. 20립 넘게 심었는데 발아한 씨앗은 고작 두 립. 바람이 점점 차가워져서 그런가 싶어서, 아침에 햇빛에 내놓은 채 출근한 후 퇴근 때 실내에 들여놓는다. 그랬더니 아직 바람만 찰 뿐 해는 따뜻해 금세 흙이 말라버린다.. 빨리 강하게 자라 올라서 얼른 제대로된 곳으로 옮겨 심고 싶다. 어서 자라올라줘ㅠㅠ

10월 21일, 분갈이

토마토 싹이 제법 자라올라서 예전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접시가 낮아보였다. 이에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분갈이를 했다.

어디선가 분갈이는 아침에 하는 거라고 읽은 탓에, 해 떠있는 시간에 집에 거의 있을 일이 없어 며칠간을 애태롭게 바라보기만 했는데, 또 누군가는 분갈이는 밤에 하는 거란다! 스트레스를 받고 잔뜩 연약해져있는 이파리에 바로 햇빛을 보여주면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분갈이 직후에는 물을 주면 안된다고 하니, 물 줄 일 없는 밤 시간에 해도 괜찮을 것 같고?

발아율이 굉장히 높았다. 파종한 20립 이상의 씨앗 중, 거의 모든 양이 발아한듯. 그러나 분으로 옮겨주는
이 과정에서 조금 비실비실해보이는 친구들은 과감하게 탈락시켰다. 어떻게든 자라보겠다고 힘쓰고 있는 여리한 줄기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도 서바이벌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니 잘 자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