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국내여행

22.03. 제주 / 카페 901과 돈사돈.

Delilah_ 2022. 3. 31. 17:05

3월 25일. 약 3년 이상을 재직하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많은 시간과 고민을 많이 쏟아낸 곳이었던만큼 아쉬움이 너무 컸다. 이 곳을 다닌 기간 동안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결혼, 그리고 배우자와 나의 주거지 이전. 수원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던 나와 충청권에서 평생을 살았던 남편의 주소지를 바꾼 직접적인 계기가 된 곳이었다. 퇴사 당일, 남편과 소주를 마시면서 이 곳을 다니며 우리의 너무 많은 게 바뀌었다고 그래서 더 아쉽고 특별하고 아련하다고 말했었다. 관련한 모든 생각을 비워내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조용하게 준비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

20대 중반, 한창 라인프렌즈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잠깐 나가게 되었던 해외여행에서 캐리어를 장만하며 내 캐리어는 스티커로 잔뜩 메워야지! 결심하고 가장 먼저 선택했던 스티커들.

그때 잠깐 가졌던 캐리어 취향은 이 스티커를 붙이자마자 곧바로 사라졌지만 그때의 흔적은 아직까지도 남았다. 20대 중반엔 내가 이 캐리어를 30대 중반까지도 들게될 지 미처 몰랐지 모야...

제주시, 올래국수

공항 근처에 맛있는 국수집이 있다고, 남편이 데려간 곳. 기름이 듬뿍한 살코기와 국물을 밀어넣는데 몸 속 가득하게 깊은 돼지고기 육수와 후추향, 그리고 파향이 들어찼다. 정말 너무 맛있어서 남편은 내가 남긴 국물까지도 끝까지 다 마셔냈다.

오후 3시에 영업을 종료하지만 그 전에 재료가 소진되어 영업을 종료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듯 했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있는데 대기가 마감되었다는 얘기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제주시, 카페901

제주시에 있는 동안 묵기로 한 숙소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카페 안에 숙소가 마련되어 있는 곳을 예약했다. 월요일, 화요일이 정기적으로 카페의 문을 닫는 날인 탓에 전체적으로 건물이 조용했다.

당일 아침까지도 야간 근무를 하고 돌아온 남편은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련된 침대 천장 창문을 바라보다가 잠에 빠져들었고, 그 옆에서 나도 한참을 구름이 떠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잠시 잠에 들었다.

제주시, 돈사돈

제주도에 왔으니까 흑돼지를 먹어야지! 고기에 매우 예민한 남편답게, 낮잠에서 눈을 뜨자마자 한참을 검색하더니 이 곳을 찾아냈다. 흑돼지 목살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데 너무 맛있었다. 정신없이 입에 고기를 밀어넣다가 돼지고기만 11만원 어치를 먹었다는 사실을 계산대에서 깨달았고, 우리 미친거냐고 서로 놀라워하면서 이 가게를 나왔다...

ㅋㅋㅋㅋ 그리고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을만한 걸 사서 나오는데ㅋㅋㅋ 배부르니 케틀벨 스윙 한 번 해보겠다고 까불다가 편의점 앞에서 우리의 쇼핑 목록을 언박싱했다ㅋㅋㅋ 남편은 쭈굴거리는 모습으로 너덜거리는 비닐봉투를 들고 편의점에 들어갔고, 이 상황이 나는 너무 웃겨서 길거리에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