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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X keys mini 키보드 청소
    기록물 2022. 5. 29. 23:34

    MX keys 키보드에 토마토 주스를 엎질렀다. 키보드를 산 지 만 한달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엎지른 당일. 아침부터 남편이 토마토 주스를 갈아주었고, 한번 웃고 일을 시작하라고 토마토 슬라이스를 컵에 끼워주었다. 그걸 귀엽다고 염병첨병을 떤 게 화근이었다.

    문제의 주스. 남편과 주스는 죄가 없다....

    토마토 슬라이스를 끼워둔 채로 마셔보겠다고 까불다가 저 컵 전체를 키보드에 쏟아버린 것이다... 사진은 없다. 진짜 당황하면 사진이고 뭐고 느낌표 백만 개 띄운 채로 굳어버린다는 것이 사실인 듯. 비명도 못지르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황급히 키보드를 털어냈다. 주스 안먹을거라고 땡깡을 피운 바람에 남편이 꿀이며 설탕을 조금 첨가해주었는데 그게 악몽의 시초였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나니 키보드 버튼이 찌꺽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냥 버리고 새로 사라고 했지만, 산 지 한달도 채 되지 않는 12만원 짜리 키보드를 차마 포기할 순 없었기에 시도해 모든 내용을 기록한다.

    시도해 본 방법

    1. 로지텍 문의 (실패)
    2. 에어 스프레이 분사 (실패)
    3. 인덕션, 기름때 제거 티슈 사용하기 (실패)
    4. 살균 스프레이 뿌리기 (성공 반 실패 반)
    4. 분해하기 (성공...?)


    1. 로지텍에 문의하기

    이런 일이 있을까봐 정품을 구매한 거였는데.. 사실 가장 믿지 못할 방법이기도 했다. 직업적 이유로 전자기기의 AS 보증범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믿지 않았어. CS팀에 "그건 고객 과실이라서 보증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요. 도움 못드려요." 라고 수백 번은 넘게 말했던 게 나였다고 🥲 나와 비슷한 증상을 인터넷에 쳐서 얻어낸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 로지텍의 AS는 수리가 아닌 리퍼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고객 과실일 경우 아무리 정품을 구매했더라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이럴거면 정품 왜사는데...? 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아무튼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을 했고, 상담원과 실시간 상담을 신청했다. 그런데... 상담원이... 해외에 있는 외국인이었다.....

    자동으로 돌아간 번역기가 어설프게 번역한 상담사의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나는 희망의 50%를 먼저 잃고 시작했다.
    어쨌든 나는 열심히 영어로 번역되기 쉽도록, 키보드에 이물질이 들어갔고 사용감이 예전과 다르다.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떻게 될 지를 물었고, 결국 곧바로 공기 압축기 등으로 이물질을 제거해보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냥 문의를 그만 두기로 했다ㅋㅋㅋ 상담원이 해외에 있고,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도와드리겠습니다" 가 아니라 내가 취한 조치를 물어보는 경우라면, 이후 내가 희망하는 대처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뭣보다 나는 너무 귀찮았다(ㅋㅋㅋ)

    2. 에어 스프레이 사용하기
    이제 내 키보드는 거꾸로 들고 위를 때리면 설탕조각과 토마토 조각이 우수수 떨어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악이었다ㅋㅋㅋ 물론 분해 후 씻어버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팬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는 키 받침대가 잘 부러지니 절대 임의로 분해하지 말라는 글들이 너무 많아서 분해한다는 선택지는 무조건 배제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로지텍 상담원이 물어본, 먼지 제거용 에어 스프레이를 구매해서 뿌려보았다.

    뭐 걍 이런거 검색해서 아무거나 제일 빨리 오는 걸로 구매를 해봄. 결론은 실패였다. 커다란 먼지같은 게 껴있다면 효과적이었을 지는 몰라도 나와 같이 액체를 쏟고 그게 굳은 사람에게는 영 아니었다.


    3. 인덕션, 기름때 전용 세척 물티슈 사용하기

    끈적이는 음식물이 남았을 때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제 1 처방법이다. 아래 티슈를 칼에 끼워서 키캡 사이사이를 쑤셔 넣어 닦기 시작했다. 인내와 고통의 연속이었고... 무엇보다 키캡 사이사이에 스크래치가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쯤부터는 거의 키보드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었던 것 같다ㅋㅋㅋ 스크래치가 대수냐, 당장 이걸로 하루종일 일을 해야하는데 키보드 입력감이 그지같다고! 가 내 온 머릿속을 지배했다.


    기름, 찌든때 세정티슈는 사용하면 거품이 나온다. 그래서 저 찌든때 세정티슈로 먼저 닦고 인덕션 클린티슈로 닦아냈다. 키보드 사용감이 예전보다는 쾌적했으나 아주 미세하게 무겁다는 느낌이 남아있었다.


    4. 살균 스프레이 뿌려보기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보니 어느정도 그냥 참고 쓸만한 정도는 되었는데... 아주 미세하게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한 91%만 충족된 기분? 이건 12만원 어치의 키감이 아니었다. 한 10만원 어치의 키감인 것 같았다.

    사실 이 키보드를 사서 쓴 기간이 한달도 되지 않았고, 이쯤되니 원래 키감이 뭐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수준이 되기 시작했다ㅋㅋㅋ 혹시 원래 이런 느낌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런데 혹시 모르니까. 하고 무심코 본 내 책상 앞에, 스프레이 두 통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집안 곳곳을 살균하는 데 쓴 스프레이였다.

    토마토는 음식이잖아 > 음식에는 균이 있지 > 균을 제거하는 스프레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 게다가 살균제니 기기에 남더라고 부식을 유발하지는 않을거야!

    라는 기적의 논리를 가지고 냅다 뿌려보았다. 사실 뿌릴 때 그냥 고장나도 새로 사지 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도 맞다 ^^

    거의 키 사이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릴때까지 뿌렸다가, 드라이기로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말렸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전에 미묘하게 느꼈던 9%의 아쉬움이 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묘하게 무거운 것 같았던 키감이 사라졌고 내 키보드는 다시 찰랑이는 친구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왔다고 믿었다.


    5. 분해하기

    그런데 찰랑이던 내 친구는, 매번 아침이 되면 다시 찌꺽이로 돌아오고는 했다. 일이 끝나고부터는 오래 쓰지 않으니 그 사이에 다시 굳고 다시 끈적임을 유발하는 것 같았다. 살균 스프레이만을 굳게 믿었던 나는 매일 아침마다 스프레이를 뿌리고 드라이기로 말리고의 과정을 반복하다가 슬슬 빡이 쳐오르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내 머리 말리는 것도 귀찮아서 세상 산발을 하고 모니터 앞에 겨우 앉는 내게 키보드를 드라이기로 말릴 겨를은 단연코 없었다. 그래서 이대로 키보드를 물에 빠뜨릴까, 키보드 뒷판을 드라이버로 따버릴까 고민하다가.... 그냥 키캡을 분해해보기로 했다. 진짜 될대로 돼라. 의 마음가짐이었고, 고장나면 다시 사려고 10만원을 따로 빼놓기까지도 했다. 다시 살거면 이번엔 그냥 병행 수입 제품을 살 생각이었다 ^^...

    근데 결론만 말하면 성공을 했고... 사실 이게 추천할만한 방법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 인터넷엔 이 방법을 썼다가 키캡 고정대가 부러져서 이도저도 못한다는 사람들의 글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만약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적어도 10만원은 가슴에 품고 시도를 해보시오. 나는 이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소이다.

    a. 키캡 분해하기
    오른쪽 모서리에 손톱을 넣고, 대각선 아래에 엄지손가락을 받쳐서 옆으로 들어올리듯이 갖고 있는 힘의 30%를 준다. 절대 한 번에 뜯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됨. 뚜. 둑.이어야 함... 단 한 번일지라도 우리의 실패를 로지텍에서는 절대 봐주지 않는다. 상대는 로지텍이다.


    b. 키캡 확인
    그러면 이렇게 더러운 키캡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사진의 키캡은 깨끗한 편이다... 이걸 보니 와 절대 내가 했던 일련의 방법들이 먹히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c. 키캡과 내부를 닦는다.
    위에서 시도한 방법들 때문에 우리집에는 여러 세척 도구가 있었고... 최근 어떤 일로 내가 왼손가락을 날려먹어서 붕대를 감고 있느라 소독 도구도 있었다. 내부를 잘 닦고 꼼꼼히 말렸다.


    d. 키캡 원상복구
    그리고 원복을 시킵시다. 그냥 위에 갖다대로 눌러주면 또독하고 들어간다. ㅎㅎㅎ 끝.


    이렇게 닦은지 거의 일주일이 되어가고, 지금 아무 이상없이 키보드를 잘 쓰고 있다. 고장나면 이 글에 추가해두어야겠다.

    MX keys... 내 12만원아... 무사히 버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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