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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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 군산 / 당일치기 기차 여행기록물/국내여행 2023. 5. 24. 12:15
즉흥적으로 일요일 군산행 열차 티켓을 끊었다. 일기를 작성하고 있던 시각은 오전 6시 25분. 이 열차를 타겠다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당일치기 여행인데다 계획이 전혀 없었기에 짐도 없었다. 가벼운 가방을 덜렁 들고 집을 나섰다. ktx도, srt도 직행하지 않는 군산은 가능한 아침에 도착하려면 용산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했다. 어딘가 냄새도 나는 듯 오래되어 갈라진 코팅의 무궁화호는 계속 찌익 찌익 플라스틱이 마찰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달린다. 이 소리를 들으며 엄청나게 천천히 가고 있는데 이 열차, 영등포에서 ktx를 먼저 보내기 위해 정차한단다. 역시 값 싼 열차라 이런데까지 밀리는 건가. 고속열차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런건 당연히 양보해야 하겠다. 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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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 keys mini 키보드 청소기록물 2022. 5. 29. 23:34
MX keys 키보드에 토마토 주스를 엎질렀다. 키보드를 산 지 만 한달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엎지른 당일. 아침부터 남편이 토마토 주스를 갈아주었고, 한번 웃고 일을 시작하라고 토마토 슬라이스를 컵에 끼워주었다. 그걸 귀엽다고 염병첨병을 떤 게 화근이었다. 토마토 슬라이스를 끼워둔 채로 마셔보겠다고 까불다가 저 컵 전체를 키보드에 쏟아버린 것이다... 사진은 없다. 진짜 당황하면 사진이고 뭐고 느낌표 백만 개 띄운 채로 굳어버린다는 것이 사실인 듯. 비명도 못지르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황급히 키보드를 털어냈다. 주스 안먹을거라고 땡깡을 피운 바람에 남편이 꿀이며 설탕을 조금 첨가해주었는데 그게 악몽의 시초였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나니 키보드 버튼이 찌꺽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냥 버리고 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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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제주 / 모던돔베, 담화헌, 그리고 디파트먼트 제주.기록물/국내여행 2022. 4. 24. 11:21
남편이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오후 다섯시에 비행기를 잡아둔 남편은 마치 올라가지 않을 것처럼 비행기 탑승 시간 턱끝까지 시간을 버텨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특별히 한 건 없었다. 그냥 서울이 아닌 곳에 더 오래 머물렀을 뿐이다. 제주시 노형동, 모던돔베 머물렀던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음식점이었다. 매번 버스나 택시를 타고 노형동 시내로 나가서 음식을 먹었는데, 문득 숙소 바로 옆에 음식점이 있는데 왜 안들렀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별 생각 없이 방문했다. 근데 진짜 희안한게 꼭 이런 집이 맛있더라... 제주도 도착 첫날에 먹었던 올래국수의 고기 국수는 전통 시장 한 구석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아서 고기 국수 하나만으로 몇 대째 꾸준히 내려올 법한 느낌이었다면 이 곳은 마치... 제주도 지형과 문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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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제주 / 한라수목원과 맥파이 블루버드기록물/국내여행 2022. 4. 16. 22:05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수목원이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는 렌트카를 빌리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기꺼이 수목원까지 걷기로 했다. 제주의 3월 말은 바닥도 나무도, 하늘도 꽃으로 흐드러지는 시간이었다. 길에는 지고 있는 동백꽃이 지천에 널려있었고, 거리에는 유채꽃이 휘날리고 있었으며, 나무 위에 매달린 목련과 벚꽃은 만개해서 하늘에 콕 박혀있었다. 제주시, 한라수목원 한 시간쯤 걸어 도착한 수목원도 봄이 왔음을 온 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왔는지, 광장에는 아이들의 뛰어다니는 소리와 비눗방울로 가득했고 수목원 곳곳은 트렌치와 원피스를 차려입은 커플들이나 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어른들이 한껏 웃고 있었다. 나도 남편과 봄을 맞은 수목원을 즐기다가, 수목원 내에 작게 자리한 광이오름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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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제주 / 카페 901과 돈사돈.기록물/국내여행 2022. 3. 31. 17:05
3월 25일. 약 3년 이상을 재직하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많은 시간과 고민을 많이 쏟아낸 곳이었던만큼 아쉬움이 너무 컸다. 이 곳을 다닌 기간 동안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결혼, 그리고 배우자와 나의 주거지 이전. 수원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던 나와 충청권에서 평생을 살았던 남편의 주소지를 바꾼 직접적인 계기가 된 곳이었다. 퇴사 당일, 남편과 소주를 마시면서 이 곳을 다니며 우리의 너무 많은 게 바뀌었다고 그래서 더 아쉽고 특별하고 아련하다고 말했었다. 관련한 모든 생각을 비워내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조용하게 준비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 20대 중반, 한창 라인프렌즈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잠깐 나가게 되었던 해외여행에서 캐리어를 장만하며 내 캐리어는 스티커로 잔뜩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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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7 할머니의 냉이기록물/일상 2022. 3. 13. 16:38
봄이 시작됐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냉이가 먹고 싶었다. 그거 손질 어려울텐데? 걱정하는 엄마에게 인터넷에서 손질 냉이 많이 판다고, 냉이 무침 레시피나 알려주쇼! 하고 호언장담하면서 통화를 끊었는데 그날 저녁 엄마에게서 사지 말고 기다려보라는 메세지가 와 있었다. 할머니가 직접 캐러 내일 뒷산에 다녀오신다는 거였다. 엄마의 엄마는 딸의 딸이 먹고 싶다는 소리에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엄마는 그 냉이를 받아들고, 조금이라도 상할까봐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오셨고. 엄마를 보내고 풀어본 한 봉지 가득한 냉이의 뿌리는 모두 뭉툭했다. 아직 땅이 녹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캐느라 뿌리가 다 끊어져 나갔다고 했다. 손질까지 다 되어있어서 흙 한 톨 묻지 않은 냉이를 데쳐 내면서 혹시 작은 뿌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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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비둘기기록물/일상 2021. 5. 14. 19:09
며칠 전부터 집 근처에 비둘기 한마리가 얼씬거리기 시작했다. 그 땐 마침 비가 오고 있었고, 그래 얘도 비를 피하려는거구나. 싶어 넘겼다. 그런데 퇴근 후. 분명 비가 오고 있지 않는데도 비둘기가 화분에 앉아있는 거다. 너무 코앞에, 또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생명체에 순간 화들짝 놀라면서도 쫓아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왁! 하고 소리를 질러봤는데 이상하게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잠시간 비둘기를 쫓아내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참을 분무기로 물을 쏘아보기도, 창문을 퉁퉁 두들겨보기도, 비둘기의 천적이라는 황조롱이의 울음소리를 오래 틀어보기도 했으나 반응한 것은 아랫집 강아지요, 비둘기는 잠시 움찔할 뿐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스멀스멀 쎄한 기분이 들 정도로 몸집을 잔뜩 부풀리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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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어떻게 지냈나기록물/일상 2020. 12. 4. 19:00
20년 10~11월 오랜만에 블로그를 보다보니 내 블로그는 정보 공유용이 아님에도 온갖 맛집과 술 리뷰들만 가득하더라. 기억하기 위해 적는 2020년 하반기의 날들. 사실 거의 야구와 먹을 것 뿐이다.20년 정규 시즌 막경기였던 한화전 집관. 막홈경기는 보러 갈 수 있었지만 평일 대전에서 열렸던 시즌 막경기는 당연하게도 보러갈 수 없었다. 이미 포시 진출은 확정이었고 이 날 결과로 2~4위까지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했던, 혼돈과 카오스의 경기였는데... 진짜 온 우주의 기운이 다 우리 팀에게 쏠린게 분명함. 다들 긴장이라도 한건지 온갖 실책 퍼레이드를 선보이길래 버스 안에서 중계를 보며 이마를 여러번 짚었다. 그런데 더 긴장한 다른 팀 덕에 놀랍게도 2위를 해버림ㅋㅋㅋ AAA962라니ㅋㅋㅋㅋㅋㅋ 감독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