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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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 군산 / 당일치기 기차 여행기록물/국내여행 2023. 5. 24. 12:15
즉흥적으로 일요일 군산행 열차 티켓을 끊었다. 일기를 작성하고 있던 시각은 오전 6시 25분. 이 열차를 타겠다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당일치기 여행인데다 계획이 전혀 없었기에 짐도 없었다. 가벼운 가방을 덜렁 들고 집을 나섰다. ktx도, srt도 직행하지 않는 군산은 가능한 아침에 도착하려면 용산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했다. 어딘가 냄새도 나는 듯 오래되어 갈라진 코팅의 무궁화호는 계속 찌익 찌익 플라스틱이 마찰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달린다. 이 소리를 들으며 엄청나게 천천히 가고 있는데 이 열차, 영등포에서 ktx를 먼저 보내기 위해 정차한단다. 역시 값 싼 열차라 이런데까지 밀리는 건가. 고속열차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런건 당연히 양보해야 하겠다. 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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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제주 / 모던돔베, 담화헌, 그리고 디파트먼트 제주.기록물/국내여행 2022. 4. 24. 11:21
남편이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오후 다섯시에 비행기를 잡아둔 남편은 마치 올라가지 않을 것처럼 비행기 탑승 시간 턱끝까지 시간을 버텨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특별히 한 건 없었다. 그냥 서울이 아닌 곳에 더 오래 머물렀을 뿐이다. 제주시 노형동, 모던돔베 머물렀던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음식점이었다. 매번 버스나 택시를 타고 노형동 시내로 나가서 음식을 먹었는데, 문득 숙소 바로 옆에 음식점이 있는데 왜 안들렀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별 생각 없이 방문했다. 근데 진짜 희안한게 꼭 이런 집이 맛있더라... 제주도 도착 첫날에 먹었던 올래국수의 고기 국수는 전통 시장 한 구석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아서 고기 국수 하나만으로 몇 대째 꾸준히 내려올 법한 느낌이었다면 이 곳은 마치... 제주도 지형과 문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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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제주 / 한라수목원과 맥파이 블루버드기록물/국내여행 2022. 4. 16. 22:05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수목원이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는 렌트카를 빌리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기꺼이 수목원까지 걷기로 했다. 제주의 3월 말은 바닥도 나무도, 하늘도 꽃으로 흐드러지는 시간이었다. 길에는 지고 있는 동백꽃이 지천에 널려있었고, 거리에는 유채꽃이 휘날리고 있었으며, 나무 위에 매달린 목련과 벚꽃은 만개해서 하늘에 콕 박혀있었다. 제주시, 한라수목원 한 시간쯤 걸어 도착한 수목원도 봄이 왔음을 온 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왔는지, 광장에는 아이들의 뛰어다니는 소리와 비눗방울로 가득했고 수목원 곳곳은 트렌치와 원피스를 차려입은 커플들이나 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어른들이 한껏 웃고 있었다. 나도 남편과 봄을 맞은 수목원을 즐기다가, 수목원 내에 작게 자리한 광이오름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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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제주 / 카페 901과 돈사돈.기록물/국내여행 2022. 3. 31. 17:05
3월 25일. 약 3년 이상을 재직하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많은 시간과 고민을 많이 쏟아낸 곳이었던만큼 아쉬움이 너무 컸다. 이 곳을 다닌 기간 동안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결혼, 그리고 배우자와 나의 주거지 이전. 수원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던 나와 충청권에서 평생을 살았던 남편의 주소지를 바꾼 직접적인 계기가 된 곳이었다. 퇴사 당일, 남편과 소주를 마시면서 이 곳을 다니며 우리의 너무 많은 게 바뀌었다고 그래서 더 아쉽고 특별하고 아련하다고 말했었다. 관련한 모든 생각을 비워내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조용하게 준비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 20대 중반, 한창 라인프렌즈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잠깐 나가게 되었던 해외여행에서 캐리어를 장만하며 내 캐리어는 스티커로 잔뜩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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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제주 / 한치 밤낚시기록물/국내여행 2020. 8. 24. 20:12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낚시를 하러 갈때마다 난 늘 기분이 좋았다. 물가 근처에서 동생과 키득거리다가 물고기 도망간다고 꾸지람을 듣는 것도 좋았고, 조용히 아빠 옆에 앉아 잠잠한 물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물론 해가 조금 꺾일 때 쯤, 캠핑용 코펠에 아빠가 끓여주는 신라면의 맛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아빠의 낚시 취미는 우리가 자라고서는 사라졌지만 낚시에 대한 나의 좋은 기억은 늘 남아있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낚시를 가자고 항상 조르곤 했다. 그리고 늘 깔끔하게 거절당했었다.. 하지만 제주도를 왔으니까. 섬을 왔으니까! 낚시가 하고 싶었다. 남자친구를 조르고 졸라, 밤낚시 프로그램을 예약한 후 찾아온 위미항. 잔잔한 바다에 한치 배가 묶여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장님이 한치 떼가 있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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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 제부도 / 새우구이와 산책기록물/국내여행 2019. 10. 1. 22:07
모든 계절은 각각의 이유로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풍요로움을 이유로 가을을 사랑한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풍요로워지는 계절! 이 풍요로움 안에는 당연히 음식이 1순위로 포함된다. 선선한 바람 아래, 짠내를 맡으며 팔딱거리는 새우. 가을이 내게 주는 가장 큰 풍요로움이라 하겠다. 그래서 주말에 새우를 사주겠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목이 떨어져라 고개를 흔들어댔다. 차를 타고 제부도로 이동하는 길. 앞 차의 트렁크 좌석에 예쁜 멍멍이가 타고 있었다. 처음엔 이거 학대 아니냐!!! 분개했는데, 익숙한 강아지는 차 뒤에 앉아 고개를 이리저리 내밀며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고양이든 강아지든 동물에 환장하는 나와 남자친구는 계속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멍멍이와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오후 한 시. 제부도 조개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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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여수 / 서대회무침과 여수 케이블카기록물/국내여행 2019. 7. 29. 22:53
눈을 뜬 아침. 숙소에서는 정말 수영만 하고 잠만 잔 바람에, 숙소 사진은 역시나 하나도 없다. 전 날 술을 적지 않게 마신터라, 만만치 않게 힘들어하며 일어났음. 그리고 서대회 무침을 먹으러 체크아웃을 하고 떠났다. 고등학교 친구 중, 고향이 여수인 친구가 있다. 출발 전부터 조금 귀찮게 굴어서 얻은 대답인 서대회무침. 그리고 바닷가에 왔으니, 생선 구이를 먹어야할 것이 아닌가! 우리는 차를 바다 옆에 대고, 잠깐의 검색타임을 거쳐 07.15. 구이랑회 / ★★★★ 생선구이와 서대회가 맛있다는, 구이집을 찾았다.마침 가게 안에 아무도 없었던 이유로 여유롭게 창문을 내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밖으로 보이는 케이블카와 여수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맞았다. 여수를 다른 단어로 바꿀 수 있다면,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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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여수 / 게장과 여수 포장마차거리기록물/국내여행 2019. 7. 26. 10:02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 쓸데없이 비싼 돈 내고, 생각 없이 시간 보내면서 호화로운 음식 먹으며 부담스러운 대우를 받고 싶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남자친구와 신라호텔 호캉스를 계획했었다. 그런데 6월 말. 내가 친구들과 방콕을 다녀오게 됐다. 그리고 신라호텔과 별이 같은 곳을, 우리가 예약한 금액의 1/6을 내고 다녀오면서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작 하루 묵는데 70만원을 호가하는 금액을 낼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여름은 바다 아닐까? 그래서 호캉스 대신 1박 2일 여수를 선택했다. 호캉스를 기획했을 때부터 우리의 원래 목적은 수영장이었기 때문에, 풀이 딸려있는 숙소를 선택한 것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그랬는데... 시간은 짧은데 가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은 어찌나 많던지. 이후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