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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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7 할머니의 냉이기록물/일상 2022. 3. 13. 16:38
봄이 시작됐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냉이가 먹고 싶었다. 그거 손질 어려울텐데? 걱정하는 엄마에게 인터넷에서 손질 냉이 많이 판다고, 냉이 무침 레시피나 알려주쇼! 하고 호언장담하면서 통화를 끊었는데 그날 저녁 엄마에게서 사지 말고 기다려보라는 메세지가 와 있었다. 할머니가 직접 캐러 내일 뒷산에 다녀오신다는 거였다. 엄마의 엄마는 딸의 딸이 먹고 싶다는 소리에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엄마는 그 냉이를 받아들고, 조금이라도 상할까봐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오셨고. 엄마를 보내고 풀어본 한 봉지 가득한 냉이의 뿌리는 모두 뭉툭했다. 아직 땅이 녹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캐느라 뿌리가 다 끊어져 나갔다고 했다. 손질까지 다 되어있어서 흙 한 톨 묻지 않은 냉이를 데쳐 내면서 혹시 작은 뿌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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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비둘기기록물/일상 2021. 5. 14. 19:09
며칠 전부터 집 근처에 비둘기 한마리가 얼씬거리기 시작했다. 그 땐 마침 비가 오고 있었고, 그래 얘도 비를 피하려는거구나. 싶어 넘겼다. 그런데 퇴근 후. 분명 비가 오고 있지 않는데도 비둘기가 화분에 앉아있는 거다. 너무 코앞에, 또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생명체에 순간 화들짝 놀라면서도 쫓아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왁! 하고 소리를 질러봤는데 이상하게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잠시간 비둘기를 쫓아내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참을 분무기로 물을 쏘아보기도, 창문을 퉁퉁 두들겨보기도, 비둘기의 천적이라는 황조롱이의 울음소리를 오래 틀어보기도 했으나 반응한 것은 아랫집 강아지요, 비둘기는 잠시 움찔할 뿐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스멀스멀 쎄한 기분이 들 정도로 몸집을 잔뜩 부풀리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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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어떻게 지냈나기록물/일상 2020. 12. 4. 19:00
20년 10~11월 오랜만에 블로그를 보다보니 내 블로그는 정보 공유용이 아님에도 온갖 맛집과 술 리뷰들만 가득하더라. 기억하기 위해 적는 2020년 하반기의 날들. 사실 거의 야구와 먹을 것 뿐이다.20년 정규 시즌 막경기였던 한화전 집관. 막홈경기는 보러 갈 수 있었지만 평일 대전에서 열렸던 시즌 막경기는 당연하게도 보러갈 수 없었다. 이미 포시 진출은 확정이었고 이 날 결과로 2~4위까지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했던, 혼돈과 카오스의 경기였는데... 진짜 온 우주의 기운이 다 우리 팀에게 쏠린게 분명함. 다들 긴장이라도 한건지 온갖 실책 퍼레이드를 선보이길래 버스 안에서 중계를 보며 이마를 여러번 짚었다. 그런데 더 긴장한 다른 팀 덕에 놀랍게도 2위를 해버림ㅋㅋㅋ AAA962라니ㅋㅋㅋㅋㅋㅋ 감독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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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이랑 이랑 스파클링 막걸리기록물/일상 2020. 11. 25. 21:45
지평 이랑 이랑 스파클링 막걸리 ★★★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대적하는 맞수를 찾던 중, 또 하나의 후보로 떠올랐던 스파클링 막걸리. 여수 개도막걸리나 복순도가보다 훨씬 구하기 쉽다. 우리 지역의 웬만한 큰 슈퍼마켓에서는 모두 찾아볼 수 있었고 가격은 4,800원으로 조금 비쌌다. 지평 막걸리의 지평주조에서 주조하는 술로, 지평과 마찬가지로 달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것이 특징! 다만 단 맛과 부드러운 맛을 탄산과 함께 내려고 했던 탓인지 탄산에 가려져 술 본연의 맛이 거의 없다. 바디가 굉장히 가볍고, 달게 넘어가 술을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이게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기도 했던 듯. 나는 회를 비교적 가벼운 술과 함께 마시고 있기에, 이 막걸리와 함께 곁들였다.한번은 고기와도 함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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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개도 생막걸리기록물/일상 2020. 11. 17. 09:35
여수 개도 생막걸리 ★★★★ 예전부터 꼭 마셔보고 싶었던 지역 막걸리. 여수 지역에서 빚어지는 막걸리로, 10년도 훨씬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손꼽히던 전국 유명 막걸리 중 하나였다. 모든 리스트마다 꼭 이름을 올리고 있길래 발견만 하면 마셔봐야지 별러왔던 막걸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독 눈에 띄지 않아 (심지어 여수까지 방문 했었음에도!) 반은 잊고 지냈었는데.. 갑자기 전이 먹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주위 배달 음식점을 찾아보다가 발견했다! 금액은 5천원으로 조금 비쌌다. 나는 가볍고 청량하며 탄산이 높은 (떫거나 텁텁하지 않은) 술맛을 선호한다. 모든 술은 음식과 함께 해야한다고 믿기에, 함께하는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지면서도 술 자체의 맛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로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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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포쉐트 메티스 모노그램기록물/일상 2020. 5. 10. 00:52
작년 가을 쯤. 엄마의 생신 선물로 가방을 드렸던 적이 있다. 엄마 나잇대의 5~60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뭘까 많이 검색을 했었는데, 모두의 만장 일치로 나온 브랜드가 바로 루이비통이었다.대뜸 명동 롯데백화점에 들어가서 뭘 살지 대책 없는 채로 눈만 깜빡이고 있던 내 앞에, 매니저는 친절하게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덜컥 클루니bb를 안은 채로 귀가했었다.사실 나는 브랜드와 가방 등에 큰 관심이나 욕심을 두지 않는다. 만약 내게 300만원이 주어졌다면 새로운 맥북 프로나 데스크탑. 혹은 카메라를 샀을테다. 이런 잔재미없는 딸에게 처음 받아 본 사치품 선물이었기 때문일까, 너무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해하던 엄마는 내게 가방을 함께 들자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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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인테리어 소품샵 투어기록물/일상 2020. 5. 6. 09:25
내 집이 생기고 가장 달라진 건 내 취향을 더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가 원하는 곳에 놓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끼고 있다. 내 집에는 항상 꽃이 있었음 했다. 그래서 화병이 필요했다. 마침 모카포트를 구비하면서 아포가토를 담을 낮은 컵도 필요했기에 망원동에 위치한 인테리어, 소품샵을 둘러보기로 했다. 1. 풀다(POOLDA) 잡화점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57-284 #목재소품 #주방도구 #액자 #나무화병망원동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처음 방문한 풀다 잡화점. 외관부터 식물이 가득해 왠지 내 취향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목재로 만들어진 모든 소품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심플함으로부터 느껴지는 무게감이 너무 좋아서 어느 하나만을 고르기 너무 어려웠음.주로 판매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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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데이트 먹부림기록물/일상 2019. 6. 7. 01:05
19.06.02. 양평 두물머리신선한 샐러드랑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서 정자역 인근 샐러드집 다 돌았으나 이상하게 문을 다 닫았던 날. 이런 기회 얼마 없는데, 파리크라상에서 통 크게 먹고 싶은 것을 다 골라 담았다. 그러나 생과일 쥬스 마시면서 왜 서로 안말렸나를 되돌아봄. 서로 네가 집길래 굳이 안말렸지- 를 읊다가 담부턴 안사기로 했다. 해피엔딩쓰. 화장실 갔다가 돌아오니, 저 구석에 혼자 쪼그려 앉아서 뭘 하고 있길래... 대뜸 손 내밀어보라더니 채워 준 꽃팔찌. 시골 사람의 로망스야 뭐야! 하고 엄청 웃었는데 좋은 마음 숨길 수 없고여😌 그런데 그 날 여기저기 꽃잎 바스러기를 흩뿌리고 다녀서, 결국 오빠가 안되겠다고 빼버렸다ㅋㅋㅋ 수원에 돌아와서 같이 여행 계획을 짜다가, 날씨가 너~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