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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xie 500, On fire / Strange감상 2018. 4. 20. 19:25
Why’s everybody look so nasty?
-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일을 하는 범위가 넓어질 수록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 역시 어마무시하게 넓어졌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다.
어릴 적의 나는 내가 선호의 범위가 넓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 수록 나는 생각보다 관대하거나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율의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는 것 같다.
아, 진짜 요즘은 사람들이 싫어요. 하나같이 다 싫어요.라고 내가 한창 치를 떨고 있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팀장님이 말했었다.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보라고,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를 생각해보면 왜 그 저 사람은 저렇게 살 수 밖에 없을까 가여워진다고. 그렇게 조근조근 말하는 팀장님 주위로 차가웠던 바람이 불었었다. 우리가 늘 산책하던, 엉망진창으로 관리 안된 용인시의 보도 블럭과 짓밟히고 말라 비틀어진 잡초들의 밑둥같은게 보였던 기억도 난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꽤나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행위는 생각보다 어려운 훈련?이어서 그 이후로도 내게 싫은 사람은 계속 늘어만 갔다. 어쩌면 내 주위엔 정말 구제 불능일 정도로 이상한 사람들만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됐든 나는 곧 그 노력을 포기했고, 모든 사람들한테는 별로인 구석이 다 한 가지씩은 있다고 생각해왔다. 사람들은 원래 다들 좀 별로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이 노래를 좀 많이 들었다. 뭐 노래 전체의 의미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문구에 꽂혀서 다들 왜 저럴까. 내가 사람들에게 많은 걸 바라는 걸까, 고민했었다.
오늘도 여느때처럼 별로인 사람들과 별로인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이 싫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없이 올렸던 글에 얼굴도 이름도 정체 모르는 사람의 글을 받았다. 저녁 맛있는 것 먹고 좋은 하루 보내라는, 어쩌면 뜬금없는 내용의 글과 뒤에 붙어있는 빨간 하트를 보면서 갑자기 울컥했다. 되게 별거 아닌 내용이었는데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캡쳐도 해놨다.
어쩌면 사람들은 다들 좋은 구석이 한 가지씩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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