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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 제주 / 모자반 구경스쿠버 다이빙 2022. 4. 24. 10:56
4월의 지상은 따뜻하지만 물 속은 차갑다. 연신 “추울거야. 괜찮겠어?” 걱정을 남발하는 남편과, “추우면 꼭 얘기하셔야 해요” 라고 신신당부하는 제주 현지 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5mm 웻수트를 입었다.
8개월 만의 다이빙이었다. 게다가 유독 자신 없는, 5m의 얕은 곳 위주로 다이빙이 진행될 거라고 안내를 받아서 몇 kg의 웨이트를 차야할 지 망설였다. 얕은 곳에서 중성부력을 맞추는 것이 늘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근 1년 새에 살이 많이 오른터라 8kg을 찰까 고민하고 있는데 강사님이 굳이 여성분은 8kg을 찰 필요가 없다고 말리셔서 7.5kg을 찼다. 7.5도 충분히 오버웨이트라고 계속 말리시더라. 그 당시에는 왜 자꾸 말리지? 하고 속으로 입을 삐죽거렸는데 옛날 로그북 보니까 8kg는 다이빙 처음 했을 때 차던 무게였다. (…) 그치, AD가 오버웨이트 찬다고 하면 기가 막히시겠지… 그리고 정말… 추웠다. 평균 수중 온도가 15도더라. 와씨 추운데? 싶은 마음이 들어서 컴퓨터를 쳐다보면, 당당히 찍혀 있는 14~15에 놀라서 숨을 뱉었었다.Point. 난파선 모자반과 섭이여
나는 분명 해양 생물을 좋아하지만, 사실 해초에는 별 관심이 없다. 육지 식물을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다지 산호초나 해초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모자반을 구경간다고 했을 때 모자반…? 굳이…? 하는 마음이 들긴 했었다. 그래도 4월에 볼 수 있는 구경거리라고, 5월부터는 수온이 올라가서 녹아내리기 때문에 딱 지금이 보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했다. 그래서 눈알을 굴리며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그래도 다녀오고 나니 역시나, 기가막히게 잘 다녀온 포인트였지.
바닷속이 흥미로운 이유는 육지의 산과 바위, 숲과 길, 심지어 바다까지의 모습을 바닷속에서 똑같이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자반은 마치 제주의 사려니오름처럼, 아니면 제주 어딘가의 숲길처럼 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자리돔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고. 수족관을 꾸미는 사람들이 늘 표현하곤 하는 숲길과 돌들이 여기서 나온 거겠구나, 했다. 나무를 좋아하는 마음이 모자반에게 막 피어나오려고 했다.나 역시 자리돔 떼와 같이 모자반 사이를 누비면서 바닷 속의 초록 기운을 맘껏 흡수하고 왔다. 7.5kg의 오버웨이트가 유효했던 탓인가 평균 4m의 얕은 수심에도 단 한번도 비정상적으로 떠오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수심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가만히 몸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그동안은 계속 킥을 차야한다는 스스로의 압박감에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거나 옆을 돌고 있거나 계속 혼자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몸에서 힘을 뺄 수 있었던 다이빙이었다. 다이빙 중간에 텀을 두는 것도 이래서 좋을 수 있구나. 그때의 어려웠던 마음을 잊어버릴 수 있는거구나, 했다.
모자반
우리가 그렇게 먹었던 몸국의 “몸”이 모자반의 제주어라고 했다. 톳과는 엄연히 다른 해초. 이파리 사이사이로 동그란 공기 주머니를 생성해서 바닷속에서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호기심에 공기 주머니를 손으로 눌러보니 뽁하고 터지면서 공기방울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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