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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제주 / 모던돔베, 담화헌, 그리고 디파트먼트 제주.기록물/국내여행 2022. 4. 24. 11:21
남편이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오후 다섯시에 비행기를 잡아둔 남편은 마치 올라가지 않을 것처럼 비행기 탑승 시간 턱끝까지 시간을 버텨냈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특별히 한 건 없었다. 그냥 서울이 아닌 곳에 더 오래 머물렀을 뿐이다.
제주시 노형동, 모던돔베머물렀던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음식점이었다. 매번 버스나 택시를 타고 노형동 시내로 나가서 음식을 먹었는데, 문득 숙소 바로 옆에 음식점이 있는데 왜 안들렀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별 생각 없이 방문했다. 근데 진짜 희안한게 꼭 이런 집이 맛있더라... 제주도 도착 첫날에 먹었던 올래국수의 고기 국수는 전통 시장 한 구석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아서 고기 국수 하나만으로 몇 대째 꾸준히 내려올 법한 느낌이었다면 이 곳은 마치... 제주도 지형과 문화와 음식을 오래 연구한 쉐프(요리사 말고 꼭 쉐프라고 해야한다. 아무튼 느낌이 그렇다.)가 차린 것 같은 그런 맛. 만약 외국인과 함께 제주도에 왔다면 난 이 곳을 데려왔을 것 같았고 실제로 한 입 뜨자마자 엄마를 모시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정갈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았던 모든 음식들. 다시마 식초를 뿌려 먹었던 비빔 국수와 정말 맛있었던 물김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밥도 어찌나 맛있던지, 남편과 왜지? 왜 그냥 쌀밥이 이렇게 맛있는거지? 왜지? 라고 서로 되물으며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제주시 노형동, 담화헌요즘 특별히 도자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식물을 키우고, 토분 화분을 마련하고 도자기 그릇을 식기로 쓰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관심사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숙소 주위에 있는 이 카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 그런데 정말... 너무 예쁘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의 총 집합이었다. 목재로 된 건물과 테라스. 그 주위를 둘러싼 나무와 풀. 그리고 곳곳에 놓여있는 도자기 조형물과 항아리까지. 너무 기쁘고 황홀하고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랐고, 그 기쁨은 카페 안에 들어서자 배가 되었다.
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진만 봐도 너무 예뻐. 카페 내부 곳곳이 흙냄새와 차 냄새로 꽉 차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예쁜 흙색 앞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제주 전통 옹기 원데이 클래스가 있다는 말에 냉큼 클래스를 신청했다. 엄마가 곧 올라오실 것이기 때문이었다.
차를 주문하면 이렇게 직접 구운 컵과 화병, 그리고 수저 받침 세트와 함께 나오는데 이것조차도 너무 예뻤다. 따뜻한 차를 주문해서 다과 세트를 받고 싶었는데...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고 있어서 차가운 음료를 선택한 것이 아쉬웠다. 남편은 이 차가운 차를 들이켜고 곧이어 서울로 떠났다.
제주시 노형동, 제주 901.
제주도에서 처음 혼자 맞이하게 된 아침이다. 멀리 나가기는 귀찮았고, 며칠 사이 음식을 너무 배불리 먹어서 가벼운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묵고 있는 숙소에 딸린 카페에 들어섰다. 제주 901은 마침 채식 카페였기 때문에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기도 했다. 최근 읽은 글 중에서 1,800명에 이르는 사람이 1년동안 1주일에 한 끼만 채식을 해도 연간 30년산 소나무 7만 그루를 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글이 있었다. 내심 채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라서 시도를 해보기에도 좋은 타이밍이었다.
어 음 근데 좀 난감함. 음. 익숙한 맛이 날 것이라고 기대했던 토마토 스튜는 쇠고기 육수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비트와 병아리콩 맛을 강하게 풍겼고... 음. 그래 1주일 한끼가 딱 적당할 것 같았다. 그게 내 최대 한계야. 카페에 한참을 앉아서 책을 보다가, 좀 지루하다 싶어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시내 버스를 타고 번화가로 나가는 길. 갑자기 친구가 티켓팅 좀 도와달라그래서 길거리에 우뚝 서서 티켓팅을 시도했고...
찢었다🤘
제주시, 디파트먼트 제주
봄에는 닥치는 대로 차를 마시고 다녀야 옳다! 걍 기분 상 차가 맛있는 계절이거든. 새순이 올라오는 계절엔 새순을 말린 찻잎을 또 마셔야 하는 게 내 나름의 포인트라, 열심히 새순차를 마셨다. 이 카페, 요즘 최고의 제주 핫스팟이라고 해서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조용하더라. 저녁 식사시간이 오기까지 앉아서 조용히 책 한권을 끝낼 수 있었다.
제주 노형동, 야해 (夜海)
저녁 시간이 되고, 혼자서 조용히 술을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는데 마땅치 않았다. 주위 술집 검색을 싹 돌려서 1인을 거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곳을 겨우 찾아낸 식당. 사실 결론만 말하면 내가 원하는 느낌의 술집은 아니었다. 사람이 많았고, 책을 보기에는 시끌한 분위기인 모임 위주의 술집이었다. 그래도 쭈뼛거리면서 혼자 먹을 음식을 고르려고 애쓰는 나를 보고, 점원 분은 원하시는 음식을 1인 가격에 맞춰서 양을 조절해주겠다고 제안해주셨다. 그래서 먹게 된 해산물 모듬. (30,000원)
서울에 있는 남편은 이 사진을 받아보고 제주까지 가서 이자까야에서 회를 먹냐고 크게 웃었고, 나도 덩달아 내가 웃겨서 따라 웃었지만 그래도 만족했다. 혼자 하는 나의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행복했다.'기록물 >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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