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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포쉐트 메티스 모노그램기록물/일상 2020. 5. 10. 00:52
작년 가을 쯤. 엄마의 생신 선물로 가방을 드렸던 적이 있다. 엄마 나잇대의 5~60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뭘까 많이 검색을 했었는데, 모두의 만장 일치로 나온 브랜드가 바로 루이비통이었다.
그리고 그 때 구매한 클루니 bb. 대뜸 명동 롯데백화점에 들어가서 뭘 살지 대책 없는 채로 눈만 깜빡이고 있던 내 앞에, 매니저는 친절하게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덜컥 클루니bb를 안은 채로 귀가했었다.
엄마는 지금도 이 커다란 쇼핑백을 그대로 장롱에 보관한다. 사실 나는 브랜드와 가방 등에 큰 관심이나 욕심을 두지 않는다. 만약 내게 300만원이 주어졌다면 새로운 맥북 프로나 데스크탑. 혹은 카메라를 샀을테다.
이런 잔재미없는 딸에게 처음 받아 본 사치품 선물이었기 때문일까, 너무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해하던 엄마는 내게 가방을 함께 들자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나는 단칼에 거절했었지. "루이비통 너무 노티나서 시러🤷🏻♀️" 라는 망발을 내뱉으면서.클래식이 베스트거든여.
엄마의 가방을 사면서 흘끗 본 새로운 세계 때문이었을까. 그 이후. 나는 그렇게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모노그램의 패턴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예전의 난 분명 "나 이 브랜드다, 티 내는거 너무 싫어!"라고 얘기했던, 그냥 블랙 가죽파였는데.. "루이비통? 모노그램 말고 다미에지" 라고 외쳤었는데. 이 대표적인 모노그램 패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아니 그 전에 점점 명품 가방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는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 흘렸었다. 그리고.
받게됐다. 루이비통. 포쉐트 메티스.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또 다시 명동 롯데백화점에 가게 됐는데. 당장 전국에 재고가 없다는 거다. 물론 지금 완불을 하면 웨이팅을 할 수 있대. 그러나 문제는 언제 받을 수 있을 지 모른단다. 이 제품의 경우 약 2~3개월이 걸릴 수 있을지 모르고, 그 이후로도 재고가 확보되지 않으면 그대로 주문이 취소가 된다... 는 말을 들으며, 나와 남자친구는 "우리가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며 돈을 써야하지?" 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다.
성질 있는 남자친구는, 그러나 미간에 주름을 지으면서도 쿨하게 결제를 했고.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연락을 뒤로 한채 영수증을 신혼집 서랍에 처박은 뒤 기다리기를 일주일 째.
아침. 갑자기 메일이 왔다. 구매한 제품이 도착했으니 찾아가라는 메일이.
두~세달 기다릴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주문 후 수령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아 함께 놀라워하기를 연신.
가방 뒤로, 한화 이글스는 홈런을 맞고 있다. 풀어보라는 재촉에 멍한 나와, 새 제품임을 증명하는 비닐도 떼지 못해 동동거리는 내 손을 붙잡고 이런건 그냥 떼버리는 거라며 좍좍 뜯어버리던 남자친구.
엄마가 쇼핑백 그대로 장롱 속 깊은 곳에 넣어둔 것과 같은 모습 그대로, 나도 옷장 속 깊은 곳에 쇼핑백을 그대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사치품을 갖게 됐다는 사실보다, 누군가로부터 사치품을 선물 받았다는 기쁨이 큰거구나.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것과 별개로. 사치품 가격은 이렇게나 빨리 오르나? 싶어서 찍어둔 한 컷. 블로그 검색을 통해 찾아본 이 제품의 20년 1월 가격은 227만원이었는데, 5월 초에 구매한 우리의 영수증은 234만원으로 계산되었다. 그러나 5월 중순에 가까워져가고 있는 오늘. 상품 택에 적혀있는 금액과 공식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가격은 245만원. 약 네 달간 두차례에 걸쳐 18만원 가량이 올랐다는 건데... 당황스럽다, 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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