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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태국 / 담넌사두억 수상 시장과 매끌렁 시장기록물/해외여행 2019. 7. 31. 22:35
6월 28일 금요일의 스케줄표.
오전 6시 돈므앙 국제 공항에 착륙인 것을 생각하면 진짜 빡빡한 일정이다... 이렇게 움직였다가 친구들의 험악해지는 얼굴을 실시간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호텔 조식을 시원찮게 마치고,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을 향해 이동하기로 했다. 호텔에서 시장까지는 약 104km. 물론 이동 시간만 약 두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라 패키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네. 제가 문제였죠. 패키지를 혐오하는 나로 인해 그랩을 이용해 이동하게 되었다. 별거 아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태평하게 택시를 부르고 로비에 앉아있는데, 그새 제법 친해진 호텔 리셉션 직원이 그랩의 예상 이동 거리를 보더니, 꼭 택시로 가길 원하는 거죠...? 라며 겁을 주기 시작했다. 😶..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꼭 갖고 있으라고 호텔 주소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다. 어쩌면 이 모든 건 누군가가 내게, 택시를 타고 이동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타거나 패키지를 이용하라고 신호를 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오전 10시 40분. 담넌사두억 수상 보트 선착장도착한 선착장. 그리고 진짜 게이트.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이 곳까지 오는 데 정말 크고... 험난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그랩으로 잡아 탄 택시 아저씨가, 가고 싶은 모든 곳을 데려다줄테니, 담넌사두억까지의 왕복 및 총 이동 거리로 2,000바트를 제안한 것까지는 좋았다. 좋았는데... 그 사람 좋아보이던 그랩 기사 아저씨가 사기꾼과 한 패였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 아저씨는 우리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려고 이곳 저곳에 우리를 내려댔고, 보트 가격의 약 4~5배가 넘는 금액을 지불하도록 부추겼다. 보트를 이용하려면 인당 2,000바트를 내야 한다나.
다행히 친구 중 한 친구가 이런 바가지 요금이 존재한다는 것을 출발하기 바로 직전, 확인하고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친구는 강력하게 우리를 진짜 게이트로 데려다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분명 이동하는 내내 우리와 영어로 잘만 대화하던 기사 아저씨는 한참을 그 게이트도, 영어도 모르는 척 구는 것이었다. 정말 이제 단단히 화가 난 우리는 화를 내며 그러면 거기까지 걸어가겠다며, 빗속을 뚫고 걸었고, 잠깐을 지켜보던 아저씨는 이내 포기하고 우리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우리의 사이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사실 나는 그 사이에 구석에 앉아서, 이 아저씨가 우리를 길바닥에 내버리고 돌아가는게 아닌가. 그래서 호텔 리셉션 직원이 주소를 적어준게 아니었을까, 쭈굴거리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제대로 된 선착장을 찾았다. 그리고 1인당 300바트라는 거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보트 위에 올라탈 수 있었다. 수상 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기에 우리는 초조해하며 눈 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장면들을 눈에 담았다. 다들 이야기 하길, 수상 시장의 물건은 태국의 그 어떤 시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라 했지만, 태국에 와 처음 들른 시장인만큼 내게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게 보트에 타고 앉아있으면 과일과 술, 음식을 가득 담은 보트들이 옆을 지나다니며 내 손을 빠르게 훔쳐본다. 그리고 없어보이는 음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보트가 스쳐가기 전, 빠른 시간 내 흥정을 끝나야 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스피드의 재미는 덤이라 하겠다.
그러나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거든.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는 가격 흥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보트 맨 뒤에 앉아 열심히 친구들이 흥정해다 준 음식을 받아 먹었다. 위 사진은 태국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디저트인 코코넛 아이스크림. 후덥지근한 날씨와 습도에 다들 지쳐하다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먹고는 탄성을 질렀다.
슬슬 시장이 문을 닫는 시간이 되어가고, 우리 주위에 점점 보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트 아저씨는 운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탄 보트는 마치 후룸라이드처럼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갔고, 우리는 지구마을에 올라탄 것처럼 것처럼 수상 가옥들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길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악어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보트 체험을 마친 후, 기념품을 구매하기까지 했다. 옛날이라면 대체 이런 걸 누가 돈 주고 사는거냐고 절대 이해 못했을 물건이라, 킬킬 웃으면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오후 1시 쯤. 매끌렁 시장 (위험한 시장)어스름한 방콕 꿀팁 1. 매끌렁 시장의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은 8:30 / 11:10 / 14:30 / 17:40 이라고 한다.
담넌사두억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매끌렁 시장. 이쯤되자 슬슬 더위에 지친 우리는 시장을 구경한다기보다 기찻길을 걸으러 온 사람처럼 행동했다. 더위에 넋을 잃고, 앞뒤 사람을 따라 기찻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그래도 똠양꿍 재료를 팔고 있는 아저씨는 여유로워보였다.
온갖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도 역시, 더위라고는 요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앉아계셨다. 이 시장은 그냥 거의, 과일 구경 반 / 태국인들의 더위 인내 능력 구경 반이라고 해야 옳겠다.
수산물과 과일, 간식, 식재료, 옷가게 등 상점의 종류가 순서나 배치에 구분 없이 마구잡이로 배치되어 있어 꼭 다 다른 시장을 보는 것만 같았던 매끌렁 시장 구경은 끝이 났다. 우리는 점점 익어가기 시작했지만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으리란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 저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모든 장소에서 셔터를 눌러댔다.
무더운 태국 거리 위에서 점점 익어 녹아내리기 시작한 나와, 이미 녹아버린 강아지. 점점 서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가고, 처참해져가는 얼굴만을 쳐다보다가, 에어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이 동네에서 가장 시원해보이는 카페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찾아냄. (ㅠㅠ) 왜 진작부터 카페에 들어와있지 않았는지를 모르겠다. 기차 시간인 2시 30분이 될 때까지, 카페에 앉아 수박쥬스를 마시고, 해먹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면서 다시 한 번 에어컨의 소중함을 느꼈다.
오후 2시 30분. 매끌렁 시장에 기차 도착그리고 이 날의 이 장면은, 우리의 폭소 포인트가 되었다. 멀리서부터 기차 소리가 들려와 기차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치...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 장면 같았다. 기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바깥의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바깥의 사람들은 기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기차에서 사람들이 내릴 땐, 마치 누군가 행차라도 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있었다.
너무 무더웠던 탓에, 기차가 와 준 것에 반쯤 고마움과 안도감을 느끼며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숙소까지 이동 시간 약 두 시간. 다음 장소인 왓 아룬 야경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이동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졸면서 택시 안에서 체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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